창세기 9장 — 무지개에 담긴 언약
요약
창세기 9장은 홍수가 끝난 뒤 다시 시작된 세상의 첫 장입니다. 이제 온 세상과 교회는 노아의 한 가정으로 줄어들었고, 우리 모두가 이 가정의 후손입니다.[헨리] 그래서 옛 주석가는 이 장을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헨리] 앞 장에서 노아는 방주에서 나와 제단을 쌓아 하나님을 예배했습니다. 9장은 그 예배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으로 시작됩니다.[헨리] 하나님은 노아와 아들들에게 복을 주시고, 새 세상을 위한 규칙과 약속을 차례로 세우십니다. 이 장은 크게 넷으로 나뉩니다. 생육과 생명에 관한 새 규칙(1~7절), 다시는 홍수로 멸하지 않겠다는 무지개 언약(8~17절), 노아가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와 세 아들의 반응(18~27절), 그리고 노아의 남은 생애와 죽음(28~29절)입니다. 핵심은 분명합니다. 하나님은 심판 뒤에도 세상을 버리지 않으시고, 은혜의 약속으로 다시 붙드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장의 흐름
- 1~7절 — 노아에게 주신 복, 두려움에 근거한 짐승 지배권, 육식의 허용과 피 금지, 사람의 생명 보호와 살인 금지.
- 8~17절 — 다시는 홍수로 땅을 멸하지 않겠다는 노아 언약과, 그 약속의 표징으로 세우신 무지개.
- 18~27절 — 세 아들의 이름, 노아의 취함이라는 실수, 함의 조롱과 셈·야벳의 덮음, 그리고 노아의 예언.
- 28~29절 — 노아의 남은 생애 삼백오십 년과 구백오십 세의 죽음.
단락별 해설
1~7절 — 다시 주신 복과 생명의 규칙
"하나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복을 주시며 말씀하셨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가득 채워라." (창세기 9장 1절)
하나님이 노아에게 복을 주신 것은 그분의 선하신 뜻을 확인해 주신 사건입니다(1절). 노아가 제단에서 하나님을 축복하며 예배했기에, 하나님도 은혜롭게 그에게 복을 주셨습니다.[헨리] 옛 주석가는 이 장면을 새 세상의 대헌장(다시 정해 주신 규칙들의 모음)이라고 부릅니다.[헨리] "생육하고 번성하여"라는 말씀은 창세기 1장 28절에서 아담에게 하셨던 말씀 그대로입니다.[JFB] 다만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짐승들을 다스리는 권세가 이제는 처음의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에 근거한다는 것입니다.[공통] 지금도 사자나 늑대가 사람을 함부로 삼키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가 그들의 폭력을 비밀스럽게 억제하시기 때문입니다(2절).[칼빈]
이어서 하나님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먹을 수 있게 하시되, 피는 먹지 말라고 하십니다(3절, 4절). 이때 육식이 처음 허락된 것이라고 보는 주석도 있고, 이미 허락되어 있던 것이 여기서 분명히 갱신된 것이라고 보는 주석도 있습니다.[헨리·풀핏] 피를 금하신 이유는 동물에게 잔인해지지 않게 하고,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게 하는 울타리를 세우시려는 것입니다.[공통] 그래서 5절과 6절은 사람의 생명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사람은 자기 생명조차 마음대로 끝낼 수 없습니다. 생명은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헨리] 살인한 자를 벌하는 근거도 오직 하나입니다. 하나님이 사람을 자기 형상대로 지으셨기 때문입니다(6절).[헨리] 이 형상은 죄로 손상되었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가장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의 생명에도 높은 가치가 있습니다.[JFB] 친구를 말로 함부로 깎아내리거나 화면 뒤에서 조롱하는 일이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 안에도 하나님의 형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8~17절 — 무지개, 다시는 홍수가 없다는 약속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운 언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창세기 9장 13절)
하나님이 세우신 언약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그분 자신이 만드신 것입니다. "보라, 내가"라는 말투가 그 사실을 드러냅니다(9절).[헨리] 놀랍게도 이 언약에는 스스로 대답할 수 없는 짐승들까지 포함됩니다(10절).[헨리] 세상이 여전히 죄로 더러웠음을 아셨는데도 하나님은 다시는 홍수로 멸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11절). 그래서 옛 세상은 정의의 기념비로, 지금 이 세상은 오늘까지 이어지는 긍휼의 기념비로 남습니다.[헨리]
약속의 표징으로 하나님은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십니다(13절). 무지개는 원래도 있던 자연 현상이지만, 이제부터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나게 하는 표시로 성별되었습니다.[칼빈·풀핏] "두었다"라는 말은 새로 만들었다기보다 그렇게 임명하고 정하셨다는 뜻입니다.[JFB] 비가 쏟아져 다시 홍수가 날까 두려워질 때, 바로 그 구름 속에서 무지개가 나타납니다. 구름이 짙을수록 무지개는 더 밝게 빛납니다.[헨리] 활 모양이면서도 시위나 화살이 없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위협이 아니라 위로를 뜻하기 때문입니다.[헨리]
18~27절 — 노아의 실수와 두 아들의 겉옷
"그가 그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자기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 채로 있었다." (창세기 9장 21절)
노아의 직업은 농부였습니다(20절). 위대하고 하늘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었지만, 그는 게으르게 살려 하지 않고 겸손히 이전 노동으로 돌아갔습니다.[헨리] 그런데 그 노아가 포도주에 취해 장막 안에서 벌거벗고 말았습니다(21절). 이것은 명백한 죄였고, 큰 구원을 받은 직후의 일이었기에 더욱 나빴습니다.[헨리] 성경이 노아를 두고 "완전했다"라고 한 것(창세기 6장 9절)은 죄가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가 진실했다는 뜻임을, 이 사건이 보여 줍니다.[헨리] 오랜 세월 경건했던 사람에게 남은 이 유일한 오점은 노령과 방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JFB·풀핏] 여기서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린도전서 10장 12절)는 경고가 울립니다.[공통] 오래 잘 지켜 온 것이 방심하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함은 아버지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밖에 있는 형제들에게 알렸습니다(22절). 그의 죄는 본 것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악하게 기뻐하고 조롱조로 떠벌린 데 있습니다.[공통] 반대로 셈과 야벳은 옷을 어깨에 걸치고 뒷걸음쳐 들어가 아버지의 수치를 덮었습니다(23절). 얼굴을 뒤로 돌린 이 행동은 사랑의 외투와 공경의 마음이었습니다.[헨리] 같은 상황을 보고도 누군가는 웃음거리로 삼고, 누군가는 조용히 덮습니다. 친구의 약점이 드러났을 때 나는 어느 쪽을 택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장면입니다.
28~29절 — 노아의 예언과 남은 생애
"그가 말하였다.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자기 형제들에게 종들의 종이 될 것이다." (창세기 9장 25절)
술에서 깨어난 노아는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으로 세 아들의 앞날을 예언합니다(24절, 25절). 왜 함이 아니라 손자 가나안에게 저주가 내렸는지에 대해, 형벌의 심각함을 더 분명히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절제해서 보는 주석도 있고, 훗날 가나안 자손이 이스라엘을 위해 뿌리 뽑혀야 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주석도 있습니다.[칼빈·헨리] 셈을 축복할 때 노아는 셈이 아니라 하나님을 찬송합니다(26절). 선한 일의 영광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 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헨리·칼빈] 야벳이 "셈의 장막에 거한다"는 말씀(27절)도 여러 갈래로 읽힙니다. 훗날의 정치적 우세로 보는 주석도 있고, 이방인과 유대인이 한 믿음으로 모이는 일로 보는 주석도 있습니다.[JFB·칼빈] 노아는 홍수 후 삼백오십 년을 더 살아 구백오십 세에 죽었습니다(28절, 29절). 그 긴 생명은 경건에 대한 보상이었고, 그는 두 세상을 보았으나 더 나은 세상을 보러 떠났습니다.[헨리]
연결된 말씀
- 창세기 1장 28절 — "생육하고 번성하여"라는 이 장 1절의 복이, 아담에게 주신 그 말씀 그대로 다시 선포된 것임을 보여 주는 본문입니다.
- 레위기 17장 11절 — 피가 생명이 거하는 자리임을 밝혀, 이 장 4절의 "피째 먹지 말라"는 명령의 이유를 설명하는 말씀입니다.
- 고린도전서 10장 12절 —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는 경고. 노아의 취함(21절)을 읽는 열쇠가 되는 말씀입니다.
- 고린도후서 1장 5절 — 고난이 넘칠수록 위로도 넘친다는 말씀. 구름이 짙을수록 더 밝게 빛나는 무지개(13절)의 뜻과 이어집니다.
마무리
창세기 9장은 하나님이 심판 뒤에도 세상을 버리지 않으시고 은혜의 약속으로 다시 붙드시는 분임을 선언합니다. 하나님은 노아에게 복을 주셨고, 사람의 생명을 형상만큼 소중히 여기라 하셨고, 다시는 홍수가 없다는 표징으로 구름 속에 무지개를 두셨습니다. 그 무지개는 비가 쏟아지는 날일수록 더 밝게 빛납니다. 나의 하루에도 먹구름이 몰려오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은 그 구름을 배경으로 오히려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한편 이 장은 오래 경건했던 노아조차 방심하는 한순간에 넘어졌음을 정직하게 보여 줍니다. 잘 지켜 왔다고 여기는 순간이 가장 조심할 순간입니다. 나는 먹구름 낀 날에도 하나님의 무지개 같은 약속을 기억하는 사람인가요? 그리고 잘 서 있다고 여길 때에도 넘어질까 조심하며, 남의 약점을 덮어 주는 사람인가요?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