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46장 — 이집트로 내려가는 길, 함께 가시는 하나님
요약
창세기 46장은 요셉 이야기의 절정에 놓여 있습니다. 앞 장에서 요셉은 이집트의 총리가 되어 자기를 판 형들에게 자신을 드러냈고, 늙은 아버지 야곱을 이집트로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 이제 130세가 된 야곱은 가나안을 떠나 아들 요셉이 있는 이집트로 내려갑니다. 성경 전체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처음으로 약속의 땅을 뒤로하고 낯선 나라로 들어가는 순간입니다. 이 장은 네 개의 장면으로 흐릅니다.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제사를 드리고 밤 환상 중에 하나님의 약속을 듣는 장면(1~4절), 온 가족이 바로가 보낸 수레를 타고 이집트로 출발하는 장면(5~7절), 이집트로 들어간 야곱 집안의 계보와 인원(8~27절), 그리고 요셉과 야곱이 눈물로 다시 만나고 고센에 자리 잡기까지의 장면(28~34절)입니다. 낯설고 두려운 이주의 길 위에, 하나님이 "내가 너와 함께 내려가겠다"라고 약속하시는 것이 이 장의 심장입니다.
장의 흐름
- 1~4절 —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이삭의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고, 밤 환상 가운데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내려가겠다"라는 약속을 받습니다.
- 5~7절 — 야곱의 온 가족과 가축과 재물이 바로가 보낸 수레를 타고 가나안을 떠나 이집트로 들어갑니다.
- 8~27절 — 이집트로 내려간 야곱 자손의 이름이 어머니별로 자세히 기록되고, 야곱 집안이 모두 일흔 명이라고 집계됩니다.
- 28~34절 — 요셉과 야곱이 고센에서 목을 안고 재회하며, 요셉은 형제들에게 바로 앞에서 목자라고 답하도록 일러 줍니다.
단락별 해설
1~4절 — 브엘세바에서 드린 제사, 그리고 밤의 약속
"이스라엘이 자기에게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길을 떠나 브엘세바에 이르러, 자기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다." (창세기 46장 1절)
"나는 하나님, 곧 네 아버지의 하나님이다. 이집트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거기서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겠다." (창세기 46장 3절)
야곱은 이집트로 곧장 가지 않고 브엘세바에 먼저 들렀습니다(1절). 브엘세바는 할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이 하나님과 교제하며 예배하던 곳이어서, 야곱은 그곳을 다시 제사의 자리로 택했습니다.[헨리·JFB] 이 제사에는 여러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요셉이 살아 있다는 소식에 대한 감사, 여정에 하나님이 함께하시기를 구하는 간청, 그리고 이 길이 하나님의 뜻인지 여쭙는 마음이 함께 있었습니다.[헨리] 특별히 칼빈은, 야곱이 약속받은 땅을 막 떠나려는 순간에 자기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처방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합니다.[칼빈]
사실 야곱에게 이집트행은 두려운 일이었습니다(3절). 130세라는 많은 나이, 자손이 이집트의 우상숭배에 물들지 모른다는 걱정, 조상에게 미리 주신 종살이 예언, 낯선 땅에 뼈를 묻고 싶지 않은 마음이 그를 눌렀습니다.[헨리] 그래서 하나님은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하시며 네 가지 위로를 주십니다. 이집트에서 번성하게 하시겠다는 것, 친히 함께 내려가시겠다는 것, 반드시 다시 데리고 올라오시겠다는 것, 그리고 요셉이 임종을 지켜 줄 것이라는 약속입니다(3절, 4절).[헨리] 하나님이 "야곱아, 야곱아" 하고 옛 이름을 두 번 부르신 것은 그를 더 주의 깊게 하시려는 부르심이었습니다.[헨리·풀핏] 칼빈은 이 친근한 반복 속에서 하나님이 더 부드럽게 마음에 들어오신다고 보았습니다.[칼빈]
5~7절 — 온 가족이 수레를 타고
야곱은 브엘세바에서 "일어났습니다"(5절). 칼빈은 이 표현이 야곱이 환상으로부터 새 힘을 받았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합니다.[칼빈] 이제 노령으로 쇠약해진 야곱은 무거운 짐을 스스로 지지 못했기에, 아들들이 수고를 맡는 동안 야곱과 아내들과 어린아이들은 이집트에서 온 수레에 실려 옮겨졌습니다.[JFB] 이때 야곱이 화려한 마차가 아니라 소박한 짐수레를 탄 것은 그의 수수한 성품을 보여 줍니다. 정작 총리인 요셉은 공식 마차를 탔던 것과 대비됩니다.[헨리] 야곱이 가나안에서 얻은 가축과 재물까지 챙겨 간 것은, 바로의 신세만 지거나 "빈손으로 왔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는 신중함이었습니다.[헨리] 또 가족이 아내들을 존중해 수레에 태운 모습은, 여자를 함부로 대하던 주변 이방 부족과는 다른 점이었습니다.[풀핏]
8~27절 — 이름이 적힌 이유
계보가 길게 이어지면 우리는 자칫 이름의 나열로만 읽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손의 이름이 이렇게 자세히 기록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훗날 이들 대부분이 이스라엘 지파의 족장이 되기 때문입니다(8절).[헨리] 이름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습니다. 잇사갈의 맏아들 돌라는 이름의 뜻이 '벌레'로, 태어날 때는 연약해 보였지만 훗날 매우 많은 후손을 낳았습니다(13절). 사람의 삶과 죽음이 우리 예상대로 되지 않음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헨리]
이집트로 내려간 야곱 집안은 모두 일흔 명이라고 집계됩니다(26절, 27절). 그런데 다른 기록에서는 예순여섯 명, 또는 일흔다섯 명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차이를 두고 어떤 주석은 누구를 계산에 넣느냐 하는 범위의 문제일 뿐 서로 모순이 없다고 정리하고, 다른 주석은 옮겨 적는 과정의 오류로 보며, 또 다른 주석은 판단을 비평가들에게 맡긴다고 유보하기도 합니다.[JFB·칼빈·헨리] 정작 눈길이 가는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큰 민족을 약속하신 지 215년이나 지났는데도 그 자손이 겨우 일흔 명뿐이었다는 것입니다(27절). 바로 그 작은 시작이, 이후 이집트에서 폭발적으로 번성함으로써 하나님의 능력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냅니다.[헨리]
28~30절 — 눈물의 재회
"요셉이 자기 수레를 준비하여 고센으로 올라가 아버지 이스라엘을 맞이하였다. 그가 아버지를 뵙고 목을 끌어안고 한참 동안 목 놓아 울었다." (창세기 46장 29절)
야곱은 요셉에게 유다를 먼저 보내 고센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게 했습니다(28절). 정착할 땅을 안내받고, 또 자신들을 보호할 통치자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이었습니다.[헨리·JFB] 마침내 요셉은 총리의 수레를 몰아 아버지에게 달려가, 목을 끌어안고 한참을 목 놓아 울었습니다(29절). 이것은 꾸밈없이 진실하고 강한 애정의 표현이었습니다. 헨리는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천국에는 이런 기쁨의 눈물조차 없다는 것입니다.[헨리] 아버지는 "이제는 죽어도 좋겠다"라고 말했지만(30절), 실제로 야곱은 이집트에서 17년을 더 살았습니다. 우리가 죽음의 때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때가 하나님의 손에 있음을 보여 줍니다.[헨리]
31~34절 — 목자라고 답하라
"당신들은 '주의 종들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가축을 치는 사람이며, 우리와 우리 조상들이 다 그러하였습니다'라고 대답하십시오. 그래야 당신들이 고센 땅에 거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집트 사람은 목자라면 다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46장 34절)
요셉은 형제들에게 바로 앞에서 목자라고 정직하게 답하라고 일러 주었습니다(34절). 이렇게 해서 가족이 고센 땅에 따로 자리 잡게 한 데는 뜻이 있었습니다. 이집트의 나쁜 풍습에 물들 위험과 이집트인의 멸시를 한꺼번에 피하려는 것이었습니다.[헨리] 칼빈은 이 분리됨을 오히려 유익으로 읽습니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집트인들과 뒤섞였다면 멀리 흩어졌을 테지만, 따로 떨어져 지낸 덕분에 서로의 연합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칼빈] 여기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교훈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정직한 직업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사람은 대체로 익숙한 자리에 머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입니다.[헨리] 세상은 직업에 등급을 매기지만, 하나님은 목자 집안을 그대로 택하셔서 한 민족의 뿌리로 삼으셨습니다.
연결된 말씀
- 창세기 15장 — 야곱이 이집트행을 두려워한 배경이 된, 아브라함에게 미리 주신 종살이 예언이 담긴 장입니다.
- 창세기 12장 —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라고 약속하신 장으로, 46장에서 그 약속이 일흔 명의 작은 시작으로 이어집니다.
- 창세기 26장 — 아버지 이삭이 브엘세바에서 하나님과 교제하며 제단을 쌓은 장으로, 야곱이 같은 자리를 예배처로 택한 뿌리입니다.
- 민수기 26장 — 46장에 이름이 적힌 자손들이 훗날 이스라엘 지파의 족장이 되어 인구가 집계되는 장입니다.
- 사도행전 7장 — 스데반이 이집트로 내려간 야곱 집안을 일흔다섯 명으로 말한 장으로, 46장의 인원 집계와 함께 읽는 본문입니다.
마무리
창세기 46장은 하나님의 백성이 처음으로 약속의 땅을 떠나 낯선 나라로 내려가는 이야기입니다. 두려울 수밖에 없는 그 길목에서 하나님은 야곱에게 "내가 너와 함께 이집트로 내려가겠다"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약속이 있었기에 야곱은 브엘세바에서 받은 새 힘으로 일어나 길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칼빈] 나에게도 낯선 길목이 있습니다. 새 학교로 옮기는 날, 낯선 반에서 처음 자리에 앉는 날, 익숙한 것을 두고 떠나야 하는 날에는 야곱처럼 두려움이 마음을 누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길에서 나를 혼자 내려보내지 않으시고 함께 내려가시는 분입니다. 세상은 직업에도, 사람에도 등급을 매기지만, 하나님은 목자 집안의 작은 시작을 택하셔서 큰 민족을 이루셨습니다.[헨리] 나는 두려운 길 앞에서도 "내가 너와 함께 가겠다"라고 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인가요? 그리고 내 앞에 놓인 길이 초라해 보일 때에도, 그 작은 시작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하는 사람인가요?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