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7장 — 구덩이에 던져진 꿈
요약
창세기 37장은 요셉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입니다. 앞선 36장이 에서의 자손을 정리했다면, 이 장은 세일로 떠난 에서와 달리 가나안에 남은 야곱의 집을 비춥니다. 요셉은 열일곱 살 목자였고, 아버지의 각별한 사랑과 두 번의 꿈 때문에 형들의 미움을 삽니다. 형들은 그를 죽이려다 빈 구덩이에 던지고, 결국 은 스무 개를 받고 이집트로 가는 상인들에게 팝니다. 아버지 야곱은 피 묻은 옷에 속아 아들이 죽은 줄로 알고 통곡합니다. 옛 주석가들은 이 낮아짐의 이야기가 그리스도의 길을 미리 보여 주며, 형들의 악의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큰 구원 계획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고 읽습니다.
장의 흐름
- 1~4절 — 가나안에 남은 야곱의 집, 요셉을 향한 아버지의 편애와 채색옷, 형들의 미움이 시작됩니다.
- 5~11절 — 곡식 단과 해·달·별이 절하는 두 꿈, 형들의 시기와 아버지의 책망이 이어집니다.
- 12~17절 — 아버지의 명을 받은 요셉이 형들을 찾아 세겜을 거쳐 도단까지 나아갑니다.
- 18~24절 — 형들의 살해 공모, 르우벤의 중재, 채색옷을 벗기고 빈 구덩이에 던지는 장면입니다.
- 25~28절 — 지나가는 대상과 유다의 제안, 은 스무 개에 팔려 가는 요셉의 모습입니다.
- 29~36절 — 르우벤의 탄식, 피 묻은 옷으로 속이는 형들, 야곱의 애도와 보디발에게 팔린 요셉입니다.
단락별 해설
1~4절 — 나그네 땅의 편애받는 소년
이스라엘은 요셉을 다른 모든 아들보다 더 사랑하였으니, 그가 늘그막에 얻은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여러 색깔로 지은 옷을 만들어 입혔다. (창세기 37장 3절)
이 장은 야곱이 아버지가 나그네로 지내던 가나안에 그대로 살았다고 밝힙니다(1절). 세일로 옮겨 간 에서와 달리 야곱은 약속의 땅에 머물렀습니다.[풀핏] 우리도 하늘에 이르기 전까지는 이 땅에서 영원한 집에 도달하지 못하는 나그네입니다.[헨리] 요셉은 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면서도 형들과 함께 양 떼를 쳤습니다(2절). 자녀를 수고와 절제에 익숙하게 하지 않는 것은 참된 사랑이 아니라고 옛 주석가는 말합니다.[헨리] 요셉이 형들의 나쁜 소문을 아버지에게 전한 것도 고자질이 아니라, 스스로 훈계할 수 없어 권위 있는 분께 알린 신실한 청지기의 행동이었습니다.[헨리·JFB]
문제는 아버지의 눈에 띄는 편애였습니다. 야곱이 요셉에게만 여러 색깔의 옷을 입힌 것은 앞으로 더 큰 영예가 주어질 것을 암시했습니다(3절).[헨리] 그 채색옷은 색색의 천 조각을 이어 붙인 특별한 옷으로, 이집트 옛 무덤 벽화에도 비슷한 옷이 그려져 있습니다.[JFB·풀핏] 형들은 아버지가 요셉을 더 사랑하는 것을 보고 그를 미워하여 다정하게 말조차 하지 못했습니다(4절). 이것은 관례적 인사말 "평안하기를"을 건네지 않은 것으로, 적의를 드러내는 분명한 표시였습니다.[JFB·풀핏]
5~11절 — 두 개의 꿈
그가 또 다른 꿈을 꾸고 그것을 형들에게 이야기하며 말하였다. "보십시오, 제가 또 다른 꿈을 꾸었는데, 해와 달과 열한 별이 제게 절을 하였습니다." (창세기 37장 9절)
요셉은 곡식 단이 절하는 꿈과 해·달·별이 절하는 꿈을 잇달아 꾸었습니다(7절, 9절). 고대에는 꿈이 큰 주목을 받았고, 서로 다른 상징으로 반복된 꿈은 성취가 확실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JFB] 요셉이 형들의 머리로 세워진 것은 그의 공로나 덕 때문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자유로운 선물이었습니다.[칼빈] 요셉은 열일곱의 나이에도 경건한 성품 때문에 이런 계시를 받기에 합당했습니다.[헨리] 하나님은 오랜 시련을 견딜 수 있도록 미리 높아짐의 전망을 보여 주십니다(5절).[헨리]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가 한 사람 위에 빛날수록 세상의 시기라는 불길은 더 거세집니다.[칼빈]
형들은 그를 더욱 미워했고, 아버지는 그를 꾸짖었습니다(8절, 10절). 아버지의 꾸짖음을 두고 주석의 평가가 갈립니다. 형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지혜로운 처신으로 보는 주석도 있고, 하나님의 말씀에 영광을 돌리지 못한 위장된 꾸짖음이라고 비판하는 주석도 있습니다(10절).[칼빈] 그러면서도 야곱은 그 말을 마음에 두었습니다(11절). 훗날 마리아가 아들에 관한 말씀을 마음에 담아 두었던 것과 같습니다.[헨리]
12~17절 — 형들을 찾아 나선 순종
이스라엘이 요셉에게 말하였다. "네 형들이 세겜에서 양 떼를 치고 있지 않느냐? 오너라, 내가 너를 그들에게 보내겠다." 요셉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창세기 37장 13절)
아버지가 형들의 안부를 살피라고 보내자, 요셉은 곧바로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13절). 세겜은 헤브론에서 목자의 걸음으로 거의 하루가 걸리는 먼 길이었습니다.[JFB] 요셉은 형들이 자기를 미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세겜을 지나 도단까지 그들을 찾아갔습니다(14절, 17절).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배우기 매우 어렵지만, 참으로 훌륭한 교훈입니다.[헨리] 총애받는 아들이 보인 이 즉각적인 순종은, 곧이어 닥칠 어둠과 더욱 뚜렷하게 대비됩니다.
18~24절 — 살해 공모와 빈 구덩이
자, 이제 그를 죽여 구덩이 하나에 던져 넣고, '사나운 짐승이 그를 잡아먹었다'고 하자. 그리고 그의 꿈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 (창세기 37장 20절)
형들은 멀리서 요셉을 보고, 그가 가까이 오기도 전에 죽이려고 공모했습니다(18절). 그들이 "저기 꿈꾸는 자가 온다"라고 한 말은 "꿈의 주인"이라는 쓰라린 비웃음이었습니다(19절).[JFB] 이 음모는 순간의 충동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냉혹한 악의였습니다.[공통] 죄 없는 동생을 함께 죽이려 한 이 광기는 이방 역사에서도 찾기 어렵다고 옛 주석가는 말합니다.[칼빈] 그때 르우벤이 나서서 목숨만은 빼앗지 말자고 설득했습니다(21절, 22절). 맏아들로서 요셉을 가장 시기할 이유가 있었던 그가 오히려 가장 좋은 편이 되었습니다.[헨리] 지난날 아버지의 침상을 더럽혔던 르우벤이 홀로 형제의 의무를 기억한 것을 보면, 한 번의 잘못으로 사람의 품성을 단정해 그 구원을 절망해서는 안 됩니다.[칼빈]
형들은 요셉의 채색옷을 벗기고 물 없는 빈 구덩이에 던졌습니다(23절, 24절).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 죄가 없다고 여긴 것은 지독한 위선입니다. 산 채로 던져 서서히 굶어 죽게 하는 것은 칼로 찌르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칼빈]
25~28절 — 은 스무 개에 팔린 동생
미디안 상인들이 지나가자, 그들이 요셉을 구덩이에서 끌어 올려 은 스무 개에 이스마엘 사람들에게 팔았다. 그들이 요셉을 이집트로 데려갔다. (창세기 37장 28절)
형들은 동생을 구덩이에 던져 놓고 앉아서 음식을 먹었습니다(25절). 시기가 지배하는 곳에서는 긍휼이 쫓겨나고 인간적인 감정조차 잊힙니다.[헨리] 구덩이에 갇힌 요셉과 태연히 빵을 먹는 형제들의 장면은, 믿지 않는 세상 한가운데서 고난받는 신자의 모습이자 낮아지심의 구덩이에 던져진 그리스도의 예표로 읽힙니다.[풀핏] 마침 향품과 유향과 몰약을 실은 대상이 지나갔습니다(25절). 이 향료들은 이집트에서 시신을 방부 처리하는 데 쓰여 비싸게 팔렸습니다.[JFB] 유다는 동생을 죽이는 것이 무슨 유익이냐며 상인들에게 팔자고 제안했고, 요셉은 은 스무 개에 팔렸습니다(26절, 27절, 28절). 훗날 그리스도께서도 같은 이름을 가진 자에게 은 삼십에 팔리셨습니다.[헨리] 요셉은 이렇게 구덩이와 노예라는 두 번의 죽음을 통과합니다.[칼빈]
29~36절 — 피 묻은 옷과 아버지의 슬픔
그가 그것을 알아보고 말하였다. "내 아들의 옷이다. 사나운 짐승이 그를 잡아먹었구나. 요셉이 틀림없이 찢겨 죽었구나." (창세기 37장 33절)
뒤늦게 돌아온 르우벤은 구덩이가 빈 것을 보고 자기 옷을 찢으며 탄식했습니다(29절, 30절). 형들은 채색옷에 숫염소의 피를 묻혀 아버지를 속였습니다(31절, 32절). 한 가지 죄는 그것을 감추기 위한 또 다른 죄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JFB] 이 속임은 혐의를 피하려는 것이면서, 자기들을 편애한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려는 마음이기도 했습니다.[헨리] 야곱은 옷을 알아보고 굵은 베옷을 두른 채 여러 날 슬퍼하며 위로를 거부했습니다(34절, 35절). 아내와 딸이 욕을 당했을 때도 견뎠던 야곱이 아들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면, 아무리 굳센 믿음의 사람도 육신의 연약함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칼빈] 지나친 슬픔은 믿음의 빛을 거의 꺼 버릴 만큼 사람을 짓누릅니다.[칼빈] 미디안 사람들은 요셉을 이집트의 호위대장 보디발에게 팔았습니다(36절). 하나님의 목적은 유다의 세속적 조언과 르우벤의 소심한 시도까지 통해 이루어지지만, 좋은 결과가 형들의 악행을 변명해 주지는 못합니다.[풀핏]
연결된 말씀
- 요한일서 3장 —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살인자라는 말씀. 요셉을 죽이려 한 형들의 악의(18절)가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밝혀 줍니다.
- 잠언 27장 — 시기가 분노보다 잔인하다는 말씀. 동생을 구덩이에 두고 음식을 먹은 형들의 냉혹함(25절)을 설명합니다.
- 누가복음 2장 — 마리아가 아들에 관한 말씀을 마음에 둔 장면. 야곱이 요셉의 꿈을 마음에 담아 둔 것(11절)과 이어집니다.
- 히브리서 12장 — 앞에 놓인 기쁨을 바라보며 십자가를 견디신 그리스도. 요셉이 시련을 견디도록 미리 높아짐의 꿈(5절)을 받은 일과 연결됩니다.
- 창세기 42장 — 형들의 양심이 마침내 깨어나는 장면. 이 장에서 저지른 죄(28절)가 훗날 그들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 마태복음 26장 — 예수님이 은에 팔리시는 사건. 요셉이 은 스무 개에 팔린 일(28절)이 미리 보여 준 그림입니다.
마무리
창세기 37장은 요셉의 낮아짐이 곧 하나님의 큰 구원 이야기의 첫 장면임을 보여 줍니다. 형들의 편애 어린 미움과 살해 공모, 은 스무 개의 헐값 속에서도 하나님의 섭리는 요셉을 이집트로 이끌고 계셨습니다.[칼빈] 억울하게 오해받고 무리에서 밀려나 본 적이 있다면, 요셉이 던져진 구덩이는 결코 낯설지 않은 자리입니다. 그러나 그 구덩이가 이야기의 끝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오늘의 어둠을 견디게 합니다. 나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 앞에서도 신실함을 지키는 사람인가요? 그리고 지금의 억울함 너머에서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사람인가요?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