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3장 — 먼저 양보한 사람에게 주신 약속
요약
창세기 13장은 아브람이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앞장에서 아브람은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내려갔다가 아내 문제로 위험한 일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 사람들이 그의 재산까지 그대로 가지고 나가도록 내버려 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칼빈] 아브람은 큰 부자가 되어 돌아왔지만, 바로 그 재물이 조카 롯과 그를 갈라놓는 원인이 됩니다. 두 사람의 가축이 너무 많아져 한 땅에서 함께 지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장의 중심에는 다툼 앞에서 아브람이 보인 태도가 있습니다. 그는 연장자이자 정당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조카에게 먼저 선택권을 내주었습니다.[공통] 그리고 롯이 떠난 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다시 찾아와 땅과 자손의 약속을 확인해 주십니다.
장의 흐름
- 1~4절 — 이집트에서 돌아온 아브람이 벧엘의 옛 제단 자리로 이동해 다시 여호와의 이름을 부릅니다.
- 5~7절 — 아브람과 롯 모두 재산이 많아져 함께 머물 수 없게 되고, 두 집 목자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납니다.
- 8~9절 — 아브람이 먼저 화해를 제안하며, 친척임을 상기시키고 롯에게 선택권을 넘깁니다.
- 10~13절 — 롯이 물이 넉넉한 요단 들판을 골라 소돔 가까이로 옮겨 가고, 소돔 사람들의 악함이 언급됩니다.
- 14~18절 —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땅과 자손의 약속을 재확인하시고, 아브람은 헤브론으로 옮겨 제단을 쌓습니다.
단락별 해설
1~4절 — 이집트에서 돌아와 옛 제단으로
"아브람은 이집트에서 올라왔다. 그와 그의 아내와 그가 가진 모든 것, 그리고 롯도 그와 함께 네게브 남쪽 지방으로 올라왔다." (창세기 13장 1절)
아브람은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으로 올라왔습니다(1절). 팔레스타인은 높은 지대의 나라여서, 이집트에서 남쪽 경계를 통해 들어오면 계속 오르막길을 걷게 됩니다.[JFB] 아브람과 롯이 이집트에서 겪은 위험을 생각하면, 둘 다 무사히 돌아온 것 자체가 특별한 은혜였습니다.[풀핏] 그는 가축과 은과 금이 매우 많은 큰 부자였습니다(2절). 여기 "부자"로 옮긴 히브리어 단어는 원래 '무겁다'는 뜻입니다.[헨리·풀핏] 재물은 그만큼 무거운 짐이라는 것입니다. 얻는 데 염려가 따르고, 지키는 데 두려움이 따르고, 쓰는 데 유혹이 따릅니다.[헨리]
그런데 아브람은 그 재물 때문에 가나안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칼빈] 적당한 재산조차 많은 사람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지 못하게 붙잡는데, 풍요를 가진 사람은 게으름 속에 누워 땅에 파묻히기 쉽습니다.[칼빈] 아브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처음 제단을 쌓았던 벧엘과 아이 사이의 그곳으로 다시 이동했습니다(3절). 그가 그곳으로 향한 것은 단지 옛 장소가 그리워서가 아니었습니다. 과거에 하나님과 나눈 교제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것이었습니다.[헨리] 그리고 거기서 아브람은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4절). "여호와의 이름을 부른다"는 말은 참되고 순수한 하나님 예배를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을 뜻합니다.[칼빈] 아브람은 이집트에 신앙을 두고 오지 않았습니다.[헨리] 힘든 곳을 지나온 뒤에도 예배의 자리로 돌아왔다는 것, 이것이 그의 진짜 부유함이었습니다.
5~7절 — 재물이 부른 다툼
아브람과 함께 다니던 롯에게도 양 떼와 소 떼와 장막이 많았습니다(5절). 삼촌의 번영이 조카에게도 흘러넘친 것입니다.[JFB] 문제는 두 사람의 재산이 너무 많아져 그 땅이 그들을 함께 감당할 수 없었다는 데 있었습니다(6절). 결국 아브람의 목자들과 롯의 목자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습니다(7절).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있습니다. 가난도, 고된 여정도, 오랜 방랑도 두 사람을 갈라놓지 못했는데, 정작 재물이 두 사람을 갈라놓았습니다.[헨리] '내 것'과 '네 것'을 나누는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큰 다툼의 씨앗입니다.[헨리]
이 다툼은 사탄이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갈등에 끌어들이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칼빈] 아브람과 롯은 서로 평화로웠는데, 목자들의 다툼에 마지못해 끌려 들어갔습니다.[칼빈] 게다가 그때 그 땅에는 가나안 사람과 브리스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7절). 이 사실은 다툼을 더 위험하고 더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헨리] 공동의 이웃이 지켜보는 가운데 믿는 사람끼리 다투는 것은 신앙 자체를 흠집 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헨리·칼빈] 반 친구들끼리 사소한 오해로 편이 갈라지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툼이 오래갈수록 상하는 것은 관계만이 아닙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인상까지 함께 상합니다.
8~9절 — 먼저 양보한 아브람
"아브람이 롯에게 말했다. "제발 나와 너 사이에, 또 내 목자들과 네 목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게 하자. 우리는 한 친척이 아니냐." (창세기 13장 8절)
다툰 것은 목자들이었는데, 아브람은 "나와 너 사이에 다툼이 없게 하자"고 말했습니다(8절). 다툼의 전염이 종에게서 주인에게로 옮겨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칼빈] 그는 차분한 마음으로 감정을 다스렸고, 손아래 사람인 조카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헨리] 그리고 "우리는 한 친척이 아니냐"며 혈연의 끈을 상기시켰습니다(8절). 두 사람은 같은 핏줄이자 같은 믿음으로 맺어진 사이였습니다.[풀핏]
이어서 아브람은 놀라운 제안을 합니다. 온 땅이 앞에 있으니 롯이 먼저 고르라는 것입니다(9절). 네가 왼쪽으로 가면 자신은 오른쪽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9절). 사실 하나님이 이미 이 땅을 아브람에게 주셨으므로, 선택권은 원래 아브람의 것이었습니다.[풀핏] 그런데도 그는 평화를 위해 자기 권리를 스스로 내려놓았습니다.[공통] 자기 권리를 양보하는 것은 자신의 교만과 욕심을 이기는 고귀한 승리입니다.[헨리] 이것은 사심 없고 평화로울 뿐 아니라, 보기 드물 만큼 관대하고 겸손한 태도였습니다.[JFB] 조별 과제에서 더 편한 역할이나 더 좋은 자리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먼저 "네가 골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기 자신을 이긴 사람입니다.
10~13절 — 눈에 보이는 것만 고른 롯
"롯이 눈을 들어 요단 강 온 들판을 바라보니, 그 땅은 어디나 물이 넉넉했다." (창세기 13장 10절)
롯은 눈을 들어 요단 강 온 들판을 바라보았습니다(10절). 그 땅은 어디나 물이 넉넉해서, 소돔이 멸망하기 전까지는 마치 여호와의 동산 같고 이집트 땅 같았습니다(10절). 롯의 이 시선은 탐욕스럽고 욕심 어린 눈길이었습니다.[풀핏] 그는 삼촌에게 존경이나 사양의 예의도 없이 선뜻 선택권을 받아 들였습니다.[헨리] 겸양을 두고 삼촌과 경쟁했어야 할 자리에서, 마치 자신이 모든 면에서 위인 것처럼 더 좋은 부분을 자기 몫으로 차지했습니다.[칼빈] 욕심과 이기심은 사람을 이렇게 무례하게 만듭니다.[헨리]
롯은 땅이 좋다는 것만 보았습니다(11절). 세속적인 눈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정작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길에는 가장 부적절한 선택이었습니다.[JFB] 그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습니다.[헨리] 소돔 사람들은 매우 악했고 여호와 앞에 죄를 짓는 자들이었습니다(13절). "여호와 앞에" 죄를 지었다는 말은 흔한 악이 아니라, 그 부르짖음이 하늘까지 올라가 심판을 부르는 가장 심각한 죄를 뜻합니다.[칼빈·풀핏] 우리는 우리의 눈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칼빈] 롯은 낙원에 산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위험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칼빈] 눈에 보이는 조건만 보고 고른 선택은, 지금 당장은 이득처럼 보여도 그다음이 다를 수 있습니다.
14~18절 — 양보한 사람에게 오신 약속
"이제 너는 눈을 들어 네가 있는 그곳에서 북쪽과 남쪽과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아라. 네가 보는 온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영원히 주겠다." (창세기 13장 14~15절)
롯이 갈라선 뒤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습니다(14절). 이 "롯이 갈라선 뒤"라는 시점이 중요합니다.[헨리·칼빈·풀핏] 하나님은 다툼이 끝나고, 아브람이 겸손히 양보하고, 조카를 잃어 마음이 허전해진 바로 그때 찾아오셨습니다.[헨리] 하나님의 말씀은 슬픔을 달래고 고치는 가장 좋은 약입니다.[칼빈]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눈을 들어 사방을 바라보라고 하시고, 그 온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영원히 주겠다고 하셨습니다(15절). 롯의 자손이 아니라 아브람의 자손입니다.[헨리] 하나님은 사람의 어리석은 선택 속에서도 자신의 뜻을 이루셔서, 두 사람의 자손이 뒤섞이지 않게 하셨습니다.[칼빈]
이어서 하나님은 아브람의 자손을 땅의 티끌처럼 많게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16절). 아브람에게는 아직 자녀가 없었지만, 이 약속은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의 권위에 기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칼빈] 그리고 하나님은 그 땅을 길이와 너비로 두루 걸어 다니라고 하셨습니다(17절). 이 명령의 목적은 아브람이 자신이 나그네임을 더 분명히 깨닫게 하려는 데 있었습니다.[칼빈] 눈에 보이는 소유에 매달리지 말고 하나님이 주실 것을 믿음으로 바라보라는 훈련이었습니다.[칼빈] 아브람은 장막을 옮겨 헤브론의 마므레 상수리나무들 곁으로 가서 거기 제단을 쌓았습니다(18절). 그는 나그네의 삶에 자신을 맞추었고, 하나님의 친절한 방문에 감사하며 예배의 자리를 다시 마련했습니다.[헨리]
연결된 말씀
- 마태복음 5장 39~40절 —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고 겉옷까지 내어 주라는 말씀. 아브람이 자기 권리를 먼저 양보한 태도(9절)와 이어집니다.
- 마태복음 20장 26절 — 크고자 하면 섬기는 자가 되라는 말씀. 연장자이면서 먼저 선택권을 내준 아브람(9절)의 모습을 밝혀 줍니다.
- 빌립보서 2장 3~4절 — 자기 일만 돌보지 말고 남의 일도 돌보라는 말씀. 관대하고 겸손한 아브람의 제안(8~9절)이 실증하는 가르침입니다.
- 히브리서 11장 9절 —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에서 나그네처럼 장막에 살았다는 말씀. 헤브론으로 옮겨 살며 나그네로 지낸 아브람(18절)을 설명합니다.
- 창세기 15장 5절 — 자손을 하늘의 별처럼 많게 하시겠다는 약속. 땅의 티끌 같은 자손 약속(16절)이 이후 별의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마무리
창세기 13장은 먼저 양보한 사람에게 하나님이 어떻게 찾아오시는지를 보여 줍니다. 아브람은 정당한 권리를 가진 연장자였지만, 다툼 앞에서 자기 몫을 고집하지 않고 조카에게 먼저 선택권을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롯이 떠나 마음이 허전해진 바로 그때, 하나님이 찾아와 땅과 자손을 약속해 주셨습니다.[헨리] 반면 롯은 물이 넉넉한 땅만 보고 골랐지만, 그 눈에 보이는 선택이 그를 위험한 곳으로 이끌었습니다.[칼빈] 우리는 우리의 눈을 다 믿을 수 없습니다.[칼빈] 좋아 보이는 자리를 먼저 차지하는 것이 늘 이기는 길은 아닙니다. 오히려 먼저 손을 내밀고 자기 권리를 내려놓는 자리에서, 우리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만나게 됩니다. 나는 더 좋은 자리를 두고 다툴 때, 먼저 "네가 골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 그리고 눈에 보이는 조건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더 믿고 따르는 사람인가요?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