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5장 — 이어지는 약속과 가볍게 여긴 장자권
요약
창세기는 성경의 첫 책이고, 모세가 기록한 족장들의 역사입니다. 앞선 24장에서 이삭은 리브가를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25장은 그 다음 세대로 무대가 넘어가는 길목입니다. 이 장은 세 번의 작별과 한 번의 전환으로 짜여 있습니다. 먼저 아브라함이 그두라를 통해 여러 아들을 얻고, 이삭을 상속자로 세운 뒤 백칠십오 세로 세상을 떠납니다. 이어 이스마엘의 족보와 죽음이 짧게 기록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삭과 리브가에게로 옮겨 갑니다. 오랜 불임 끝에 쌍둥이 에서와 야곱이 태어나고, 결국 에서는 팥죽 한 그릇에 자신의 장자권을 팔아 버립니다. 약속은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대를 이어 흐르고, 귀한 것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그것을 잃습니다.
장의 흐름
- 1~6절 — 그두라를 통해 얻은 여섯 아들, 그리고 이삭을 상속자로 세운 아브라함의 유언.
- 7~11절 — 아브라함의 죽음과 장례, 그리고 아버지 사후 이삭에게 임한 복.
- 12~18절 — 이스마엘의 족보와 열두 지도자, 그의 죽음과 거주지.
- 19~23절 — 이삭과 리브가의 오랜 불임, 기도 응답, 태 안의 다툼과 하나님의 신탁.
- 24~28절 — 에서와 야곱의 출생, 상반된 성품, 그리고 부모의 엇갈린 편애.
- 29~34절 — 에서가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야곱에게 파는 장면.
단락별 해설
1~6절 — 그두라, 그리고 이삭에게 몰아준 유언
"아브라함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이삭에게 주었다." (창세기 25장 5절)
아브라함은 그두라를 아내로 맞아 여섯 아들을 얻었습니다(1절, 2절). 이 결혼이 사라가 죽은 뒤의 일인지, 그 이전의 일인지를 두고 옛 주석가들의 견해가 갈립니다.[헨리·JFB·칼빈] 어느 쪽이든 노년의 결혼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헨리] 그두라를 통해 얻은 여섯 아들은 후손이 크게 번성하리라는 약속의 부분적 성취였습니다.[헨리] 약속의 능력이 자연의 힘을 얼마나 넘어서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헨리]
아브라함은 가진 모든 것을 이삭에게 주었습니다(5절). 하나님이 이미 이삭을 약속의 상속자로 세우셨기에, 아브라함도 그를 재산의 상속자로 삼은 것입니다.[헨리·칼빈·풀핏] 그러면서도 나머지 아들들에게 각자 몫을 나누어 딸려 보낸 것은 부양의 의무를 다한 처사였습니다.[헨리·JFB] 자녀를 돌보지 않는 부모는 믿지 않는 사람보다 못하다고 옛 주석가는 말합니다.[헨리] 게다가 이삭에게서 멀리 떨어진 동방으로 정착시킨 것은 훗날 유산 다툼을 막는 지혜였습니다.[헨리] 무엇보다 "아직 살아 있을 때에" 이 모든 일을 정리한 점이 중요합니다(6절).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살아 있는 동안 해 두는 것이 지혜입니다.[헨리]
7~11절 — 좋은 노년에 조상들에게로 돌아가다
"아브라함은 나이가 들어 좋은 노년에 늙고 장수하여 숨을 거두고 죽어 자기 조상들에게로 돌아갔다." (창세기 25장 8절)
아브라함은 백칠십오 세를 살았습니다(7절). 가나안에 들어온 지 꼭 백 년 뒤의 일이었습니다.[헨리·JFB] 성경은 그의 죽음을 네 가지로 묘사합니다. 강제로 빼앗긴 것이 아니라 기꺼이 숨을 내려놓았고, 약속을 다 누린 좋은 노년에 이르렀으며, 세상이 그를 싫증 내기 전에 그가 먼저 세상에 만족했고, 조상들에게로 돌아갔습니다(8절).[헨리] 칼빈은 그가 백 년을 나그네로 지내며 오직 약속만으로 만족한 것을 비할 데 없는 인내라고 부릅니다.[칼빈] 겨우 한두 해의 불안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부끄러워할 일이라는 것입니다.[칼빈] 좋은 노년의 핵심은 선한 양심과 고요하고 평안한 마음이라고도 덧붙입니다.[칼빈]
"조상들에게로 돌아갔다"라는 말은 단지 땅에 묻혔다는 뜻이 아닙니다. 죽은 뒤에도 영혼이 존속하며 먼저 떠난 이들과 다시 만난다는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칼빈·풀핏] 장례를 치른 사람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삭과 이스마엘이 함께 아버지를 막벨라 굴에 장사했습니다(9절). 죽음이 오래 소원했던 두 형제를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화해시킨 것입니다.[헨리·JFB·풀핏] 아버지의 복은 그와 함께 사라지지 않고 이삭에게 살아남아, 하나님이 그에게 복을 주셨습니다(11절).[헨리]
12~18절 — 열두 지도자를 남긴 이스마엘
"이들은 이스마엘의 아들들이며, 이것이 그들의 이름이다. 그들은 자기들의 마을과 진영에 따라 살았으니, 그 부족대로 열두 지도자였다." (창세기 25장 16절)
이스마엘은 열두 아들을 두었고, 그들은 저마다 부족을 이끄는 열두 지도자가 되었습니다(13절~16절).[헨리·풀핏] 그 이름 가운데 "미스마와 두마와 맛사"는 각각 들으라, 잠잠히 있으라, 견디라는 뜻입니다(14절).[헨리] 이것은 야고보서 1장 19절이 말하는 "듣기는 속히, 말하기는 더디, 성내기도 더디"와 같은 순서라고 옛 주석가는 짚습니다.[헨리] 족보를 이렇게 자세히 적은 까닭도 분명합니다. 이스마엘에 관해 하나님이 창세기 17장에서 주신 약속이 그대로 이루어졌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칼빈·JFB]
이스마엘은 백삼십칠 세에 죽었습니다(17절). 그런데 아버지에게 붙었던 "장수하였다"라는 표현이 그에게는 쓰이지 않았습니다.[헨리] 세상을 기꺼이 떠나려는 마음이 그만큼 무르익지 않았음을 넌지시 알려 주는 대목입니다.[헨리]
19~23절 — 이십 년을 기다린 기도
"이삭은 자기 아내가 임신하지 못하므로 그녀를 위하여 여호와께 간구하니, 여호와께서 그의 간구를 들어주셔서 그의 아내 리브가가 임신했다." (창세기 25장 21절)
이삭은 마흔 살에 결혼했지만, 자녀 없이 이십 년을 기다린 뒤 예순 살에야 아이를 얻었습니다(20절, 21절, 26절).[헨리]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지지만 종종 더디게 이루어집니다.[헨리] 그 더딤은 믿음을 시험하고 인내를 단련하기 위한 것입니다.[헨리] 이삭은 기다리는 동안 아버지처럼 여종에게 나아가는 잘못된 방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헨리·JFB] 리브가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헨리] 오랜 불임 끝에 찾아온 기도 응답은, 약속의 자녀가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임을 가르칩니다.[헨리·칼빈·풀핏]
리브가의 태 안에서는 두 아이가 서로 부딪쳤습니다(22절). 옛 주석가는 이 다툼을 세상 안에서, 그리고 믿는 사람의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하나님 나라와 사탄 나라의 싸움으로 읽습니다.[헨리] 그리스도인이 되는 순간 육신과 영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과 같습니다.[헨리] 하나님은 두 아이가 아직 선도 악도 행하기 전에 형이 동생을 섬기리라 말씀하셨습니다(23절).[헨리·칼빈] 두 민족을 가른 원인은 자연에도 공로에도 없었습니다.[칼빈] 하나님은 사람이 스스로 자랑하지 못하도록 모든 자만의 근거를 미리 없애신 것입니다.[칼빈]
24~28절 — 상반된 두 아들, 엇갈린 편애
"그 아이들이 자랐다. 에서는 능숙한 사냥꾼이며 들사람이 되었고, 야곱은 조용한 사람으로 장막에 머물러 살았다." (창세기 25장 27절)
먼저 나온 에서는 온몸이 붉고 털이 많았고, 뒤이어 나온 야곱은 형의 발뒤꿈치를 잡고 있었습니다(25절, 26절). 이런 신체의 차이는 타고난 체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헨리] 하나님은 흔히 세상의 약한 것을 택하시고 강한 것을 지나치신다는 사실을 여기서 읽을 수 있습니다.[헨리] 야곱이라는 이름은 발뒤꿈치를 잡는 자, 곧 속이는 자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26절).[풀핏]
두 아이는 자라면서 정반대의 사람이 되었습니다(27절). 에서는 사냥과 들판을 좋아하는 이 세상을 위한 사람이었고, 야곱은 조용하고 장막에 머무는 다른 세상을 위한 사람이었습니다.[헨리] 언약이 야곱에게 주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헨리] 칼빈은 야곱을 칭찬한 근거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오직 올곧고 신실한 "온전함"이었다고 설명합니다.[칼빈] 안타깝게도 부모의 사랑은 엇갈렸습니다. 이삭은 사냥한 고기 맛에 마음이 사로잡혀 에서를 사랑했고, 리브가는 하나님의 신탁을 마음에 간직해 야곱을 사랑했습니다(28절).[헨리] 칼빈은 이삭이 입맛의 종이 되어 신탁을 잊고, 하나님이 버리신 자를 사랑했다고 날카롭게 지적합니다.[칼빈] 자녀 사이의 편애는 언제나 불행한 결과를 낳습니다.[JFB]
29~34절 — 팥죽 한 그릇에 팔린 장자권
"야곱이 에서에게 빵과 팥죽을 주니, 에서가 먹고 마신 뒤에 일어나 가 버렸다. 이렇게 에서는 자기의 장자권을 가볍게 여겼다." (창세기 25장 34절)
들에서 지쳐 돌아온 에서가 붉은 죽을 달라고 하자, 야곱은 장자권을 먼저 팔라고 요구했습니다(29절~31절). 여기서 장자권이란 집안의 제사장이 되는 권리와 유산의 두 몫을 받는 자리를 뜻합니다.[JFB] 야곱이 장자권을 사모한 마음 자체는 칭찬할 만하나, 형의 궁핍을 이용한 거래 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헨리는 비판합니다.[헨리] 반면 칼빈은 야곱이 형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않았고 다만 하나님이 주신 권리를 확인받으려 했을 뿐이라며 야곱 쪽을 두둔합니다.[칼빈] 같은 장면을 두고 두 주석이 이렇게 다르게 평가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에서에게 있습니다. 에서는 "내가 지금 죽을 지경인데, 이 장자권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32절). 세상의 즐거움은 죽는 순간 아무 소용이 없지만, 장자권이 영적인 것이라면 그것을 하찮게 여긴 일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불경입니다.[헨리] 그래서 에서는 거룩한 것을 우습게 여긴 "망령된 자"로 불립니다.[헨리·JFB·칼빈] 옛 홀 주교는 야곱의 팥죽만큼 비싸게 치른 식사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JFB]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에서는 먹고 마신 뒤 일어나 가 버렸을 뿐, 후회의 기색이 조금도 없었습니다(34절).[헨리] 사람이 망하는 것은 잘못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저지르고도 후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헨리]
연결된 말씀
- 로마서 9장 — 아직 선악을 행하기 전에 형이 동생을 섬기리라 하신 신탁(23절)을 하나님의 값없는 선택으로 풀어내는 본문입니다.
- 히브리서 12장 — 장자권을 판 에서(34절)를 "망령된 자"라 부르며 경고하는 말씀입니다.
- 야고보서 1장 — 미스마와 두마와 맛사의 뜻(14절)과 같은 순서로 "듣기는 속히, 말하기는 더디"를 가르치는 본문입니다.
- 갈라디아서 5장 — 태 안의 다툼(22절)이 가리키는, 육신과 영의 싸움을 설명하는 말씀입니다.
- 창세기 17장 — 이스마엘의 족보(12~16절)가 그대로 이루었음을 보여 주는, 앞서 주신 약속입니다.
- 고린도전서 1장 — 하나님이 약한 것을 택하신다는 진리(25절 해설)와 이어지는 말씀입니다.
마무리
창세기 25장은 하나님의 약속이 사람의 힘이 아니라 은혜로 대를 이어 흐른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아브라함은 좋은 노년에 약속을 이삭에게 넘기고 떠났고, 이삭은 이십 년의 기다림 끝에 응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에서는 눈앞의 배고픔에 밀려 가장 귀한 장자권을 팥죽 한 그릇에 팔아 버렸습니다. 우리도 순간의 허기 앞에서 비슷한 거래를 할 때가 있습니다. 당장의 재미, SNS의 반응, 지금 이기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 오래 남을 소중한 것을 쉽게 내어주곤 합니다. 그리고 에서처럼 후회조차 하지 않고 일어나 가 버리기도 합니다. 나는 지금 눈앞의 팥죽 한 그릇에, 더 귀한 무언가를 가볍게 팔고 있지는 않은가요?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