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6장 — 부패한 세상과 은혜 입은 노아
요약
창세기 6장은 온 땅을 뒤덮은 홍수로 옛 세상이 멸망하게 되는 기록의 시작입니다. 앞선 장들이 셋의 경건한 열 족장을 순서대로 열거하며 하나님을 예배하는 계보의 순수함을 보여 준 뒤, 이 장은 그 가족들이 어떻게 타락해 갔는지를 기록합니다.[칼빈] 본문은 크게 넷으로 나뉩니다. 넘쳐나는 죄악(1~5, 11~12절), 하나님의 의로운 진노와 심판 결심(6~7절), 노아에게 베푸신 특별한 은총(8~21절), 그리고 노아의 순종(22절)입니다.[헨리] 사람이 스스로의 부패로 창조의 복을 저주로 바꾸어 놓은 자리에서, 하나님은 한 사람을 통해 구원의 길을 여십니다.
장의 흐름
- 1~2절 — 인구가 번성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을 아내로 삼는 혼합 결혼.
- 3절 — 성령이 사람과 영원히 다투지 않으시리라는 선언과 백이십 년의 유예.
- 4~5절 — 네피림과 용사들의 폭력, 마음의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인 죄악.
- 6~7절 — 사람 지으심을 후회하시고 근심하시며 멸하기로 결심하신 하나님.
- 8~10절 — 여호와의 눈에 은혜를 입은 노아, 의롭고 흠 없이 하나님과 동행한 사람.
- 11~13절 — 하나님 앞에 부패하고 폭력으로 가득 찬 땅, 끝을 선언하시는 하나님.
- 14~17절 — 고페르 나무 방주의 치수와 구조 지침, 홍수 선언.
- 18~22절 — 노아와 세우신 언약, 방주에 들일 사람과 동물과 양식, 노아의 순종.
단락별 해설
1~2절 — 혼합 결혼과 부패의 시작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하고 그들에게서 딸들이 태어났을 때," (창세기 6장 1절)
사람이 번성한 것은 본래 하나님이 주신 복의 결과였으나, 부패한 인간은 그 복마저 악용해 저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헨리] 여기서 "하나님의 아들들"은 하나님을 고백하며 그 이름으로 불리던 셋의 자손들이고, "사람의 딸들"은 경건에서 멀어진 가인 계통의 딸들입니다(2절).[공통] 서로 다른 원칙과 관행을 가진 이들의 혼합 결혼은 필연적으로 광범위한 부패의 원천이 되었습니다.[JFB] 옛 주석가들은 이 혼인의 잘못을 오직 눈으로만 아름다움을 보고 택한 데서 찾았습니다. 혼인은 정욕의 눈에 이끌려 선택되기에는 너무도 거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칼빈] 천사가 여자와 교제했다는 옛 주장도 있었으나, 아내로 삼는다는 말이 성경에서 언제나 정당한 혼인만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그 견해는 배격되어 왔습니다.[칼빈·풀핏] 믿음의 사람은 세상과 멍에를 함께 메는 결합이 어떻게 순수함을 무너뜨리는지 이 자리에서 깊이 새겨야 합니다.
3~5절 — 성령의 다투심과 백이십 년의 유예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 "내 영이 사람과 영원히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육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될 것이다."" (창세기 6장 3절)
성령은 사람의 마음을 일깨우고 책망하며 돌아오라고 오래 설득하시지만, 끝까지 저항받으면 그 다투심을 영원히 이어 가지는 않으십니다(3절).[헨리] "그는 육체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씀은 사람이 구제할 수 없이 부패해 성령과 정면으로 맞선 상태 전체를 가리킵니다.[JFB·칼빈] 그럼에도 하나님은 곧바로 심판하지 않으시고 백이십 년의 유예를 두셨습니다. 이 기간은 한 개인의 수명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베푸신 은혜로운 회개의 시간입니다.[칼빈·풀핏] 유예는 용서가 아니며, 하나님은 오래 참으실지라도 영원히 참으시지는 않으십니다.[헨리] 이어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는데, 이는 몸집의 크기보다 힘을 믿고 함부로 날뛰며 남을 해치던 무법한 자들을 뜻합니다(4절).[JFB·칼빈·풀핏] 하나님은 사람의 악이 땅에 가득한 것과 그 마음의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셨습니다(5절). 이 구절만큼 인간의 전적이고 보편적인 부패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말씀도 없습니다.[풀핏] 하나님이 "보셨다"는 표현은 성급함이 아니라, 사람이 회복 불가능함을 오래 살피신 뒤에야 선고하신 오래 참으심을 나타냅니다.[칼빈] 성도는 죄가 행위 이전에 마음의 뿌리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6~7절 — 하나님의 후회하심과 심판 결심
"여호와께서 땅 위에 사람을 지으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으로 근심하셨다." (창세기 6장 6절)
하나님이 "후회하시며 근심하셨다"는 말씀은 하나님 안에 감정의 동요가 일어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는 죄에 대한 그분의 공의롭고 거룩한 불쾌함을 사람의 언어로 표현한 것입니다.[헨리·JFB] 하나님은 영원히 동일하시지만, 우리의 이해에 맞추어 자신을 낮추어 표현하십니다. 변화는 사람 안에 있는 것이지 하나님 안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헨리·칼빈] 이어 하나님은 지으신 사람을 땅에서 쓸어버리겠다고 말씀하십니다(7절). "쓸어버리다"는 청소해야 할 곳의 먼지와 오물을 닦아내듯 없애 버리겠다는 뜻이며, 씻어냄으로 멸하는 이 이미지는 홍수라는 심판 수단에 특히 어울립니다.[헨리·풀핏] 창조주가 통치자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마침내 멸망자가 되십니다.[헨리] 심판이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새에게까지 미친 것은, 그것들이 사람을 위해 지어지고 사람에게 종속되어 있었으므로 사람의 멸망에 함께 참여하기 때문입니다.[헨리·칼빈·풀핏] 성도는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을 값싼 관용으로 여기지 말고, 그 인내가 끝나는 자리를 두려움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8~10절 — 은혜를 입은 노아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의 눈에 은혜를 입었다." (창세기 6장 8절)
온 세상이 멸망을 향해 치닫는 자리에서 노아 한 사람이 여호와의 눈에 은혜를 입었습니다(8절). 이 "은혜"라는 단어가 성경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자리입니다.[풀핏] 하나님은 그 시대의 용사들과 이름난 자들 모두를 합한 것보다 노아 한 사람을 더 귀하게 여기셨습니다.[헨리] 노아가 지녔던 온전함의 시작은 그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행 은혜, 곧 조건 없는 자비였습니다.[칼빈] 노아의 성품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9절). 그는 약속의 씨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죄 없는 완전이 아니라 겉과 속이 같은 진실한 완전을 지닌 흠 없는 사람이었으며, 에녹처럼 하나님과 함께 걸은 사람이었습니다.[헨리·JFB·칼빈·풀핏] 특히 "그 시대에" 그러하였다는 말은, 사방이 불의의 오물로 둘러싸인 가운데서도 오염되지 않은 놀라운 인내를 강조합니다.[칼빈] 성도는 시대가 어두울수록 홀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신실함이 얼마나 값진지를 배워야 합니다.
11~13절 — 부패한 땅과 끝의 선언
"그 땅은 하나님 앞에서 부패하였고, 땅은 폭력으로 가득 찼다." (창세기 6장 11절)
땅의 부패는 두 방향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하나님을 향한 예배의 타락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 사이의 불의였습니다.[헨리] 잘 규율된 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기 눈에 옳은 것을 행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므로, 땅은 폭력으로 가득 찼습니다(11절).[JFB] "하나님 앞에서" 부패했다는 표현은 그 악이 거리낌 없이 방자하게 행해졌음을 드러내며, 동시에 그것을 오래 지켜보신 하나님의 참으심을 보여 줍니다.[풀핏] 마침내 하나님은 노아에게 모든 육체의 끝이 그분 앞에 이르렀다고 선언하십니다(13절). 이 멸망은 하나님께서 원하여 구하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악이 더 이상 지체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스스로 심판을 불러들인 것입니다.[풀핏] 성도는 죄가 쌓여 갈 때 그것이 하나님의 시선 앞에서 자라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14~17절 — 방주 건조 지침과 홍수 선언
"너는 고페르 나무로 방주를 만들어라. 방주 안에 칸들을 만들고, 안팎을 역청으로 칠하여라." (창세기 6장 14절)
하나님은 심판을 선언하시면서 동시에 구원의 수단을 마련하게 하십니다. 노아는 오래도록 썩지 않는 튼튼한 고페르 나무로 방주를 짓고, 물이 새지 않도록 안팎을 역청으로 칠해야 했습니다(14절).[JFB·풀핏] 방주는 항해하는 배가 아니라 물 위에 뜬 채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도록 설계된 거대한 집과 같은 구조물이었습니다.[JFB] 하나님은 길이 삼백 규빗, 너비 오십 규빗, 높이 삼십 규빗이라는 정확한 치수와 삼층 구조까지 지시하셨습니다(15~16절). 이처럼 세밀한 지침이 주어진 것은,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자들이 자기 척도를 하나님으로부터 받아 신중히 지켜야 함을 가르칩니다.[헨리] 방주의 규모를 두고 옛 주석가들의 견해가 갈렸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주요 건축자이신 하나님께서 그 방주가 무엇을 수용할 수 있는지 아셨다는 사실입니다.[칼빈] 이어 하나님은 홍수를 일으켜 하늘 아래 생명 있는 모든 육체를 멸하겠다고 선언하십니다(17절). 이 선언의 반복은 그 일의 확실성을 굳게 세우기 위함입니다.[JFB] 믿음의 사람은 심판의 경고 속에서도 하나님이 함께 마련하시는 구원의 길을 신뢰해야 합니다.
18~22절 — 언약과 노아의 순종
"노아는 그렇게 하였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명하신 모든 것을 그대로 따라 행하였다." (창세기 6장 22절)
하나님은 심판의 한복판에서 노아와 언약을 세우십니다(18절). 이 언약은 방주에 들어가면 반드시 살려 주시겠다는 확실한 구원의 약속입니다.[JFB] 방주 건조는 백 년이 넘는 노동과 조롱, 온갖 동물을 모으고 오랜 양식을 마련하는 수많은 장애를 동반했으므로, 하나님은 추가의 약속으로 종을 굳세게 하셨습니다.[칼빈] 임박한 파멸에는 아무런 외적 조짐도 없었고 자연의 흐름은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반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온 세상이 그를 조롱했을 것이나, 노아는 믿음으로 보호의 수단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JFB] 노아는 명하신 모든 것을 그대로 따라 행했습니다(22절). 그의 순종은 하나님 말씀에 대한 믿음의 결과였고, 명령에 대한 순종의 행위였으며, 부주의한 세상을 향한 경고였습니다. 방주를 짓는 모든 도끼와 망치 소리가 곧 회개에의 부름이었습니다.[헨리] 노아의 순종은 부분적이지 않고 전체적이었으며, 온갖 시험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칼빈] 성도는 눈에 보이는 조짐이 없을 때에도 하나님의 말씀만을 근거로 삼아 즉시 순종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연결된 말씀
- 베드로전서 3장 — 노아가 방주를 예비하는 동안 오래 참고 기다리시던 하나님과, 그 세대에 회개를 선포한 노아를 되짚는 말씀으로 주석들이 함께 인용합니다(18~20절).
- 히브리서 11장 — 노아가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고 아직 보이지 않는 일을 경외함으로 방주를 예비했음을 밝히는 근거로 네 주석이 모두 인용합니다(9절).
- 고린도후서 6장 —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과 맺은 불신의 결합(2절)을,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함께 메지 말라는 경고와 잇는 말씀입니다.
- 말라기 3장 — 하나님이 "후회하심"에도 그 본질이 변하지 않으심(6절)을 뒷받침하는, "나 여호와는 변하지 아니한다"는 근거로 인용됩니다.
- 로마서 8장 — 죄 없는 하등 피조물이 사람의 심판에 함께 연루된 이유(7절)를, 피조물이 사람으로 인해 허무한 데 굴복한 통치 원칙으로 설명하는 말씀입니다.
마무리
창세기 6장의 중심은 죄로 가득 찬 세상을 심판하시되 한 사람을 통해 구원의 길을 여시는 하나님입니다. 사람의 부패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자라 온 땅을 폭력으로 채웠고, 하나님은 그 죄를 오래 참으신 끝에 심판을 선언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진노의 한복판에서도 하나님은 노아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언약을 세우시며, 구원의 방주를 예비하게 하셨습니다.[공통] 그러므로 성도는 두 가지를 붙들어야 합니다. 첫째,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은 회개를 위한 시간이지 죄를 방치하는 관용이 아니므로, 믿음의 사람은 그 인내가 다하기 전에 마음의 뿌리부터 하나님께 돌이켜야 합니다. 둘째, 노아가 눈에 보이는 조짐 없이도 말씀만을 근거로 방주를 지었듯이, 성도는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여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순종으로 응답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