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9장 — 함께하시는 하나님, 형통과 고난을 지나
요약
창세기 39장은 요셉 이야기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장입니다. 앞 장(38장)에서 유다와 다말의 일화로 잠시 갈라졌던 서술이, 이 장에서 이집트로 팔려 내려간 요셉의 자리로 되돌아옵니다. 역사가는 서술 방식상 앞 장보다 앞선 시점, 곧 요셉이 이집트로 건너간 순간으로 되돌아가 이야기를 새로 시작합니다. 무대는 파라오의 신하이며 경호대장인 보디발의 집과, 그 뒤에 이어지는 왕의 죄수들이 갇히는 감옥입니다. 이 장은 두 국면으로 나뉩니다. 종의 신분이지만 존귀하고 형통한 자로 서는 전반부(1~12절)와, 억울한 무고로 결박당하여 고난받는 후반부(13~23절)입니다. 두 국면을 하나로 꿰는 중심은 반복해서 울리는 한 문장, 곧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셨다"는 고백입니다.
장의 흐름
- 1절 — 요셉이 이집트로 끌려가 파라오의 신하 보디발에게 팔립니다.
- 2~6절 — 여호와께서 함께하셔서 요셉이 형통합니다. 총관리인으로 세워지고 보디발의 집에 복이 임합니다.
- 7~9절 — 주인의 아내가 요셉을 유혹하고, 요셉이 신의와 하나님을 근거로 거절합니다.
- 10~12절 — 날마다의 집요한 유혹과 강요 앞에서 요셉이 옷을 버려두고 도망칩니다.
- 13~18절 — 여인이 옷을 증거로 삼아 종들과 남편에게 요셉을 무고합니다.
- 19~20절 — 보디발이 분노하여 요셉을 왕의 죄수들이 갇히는 감옥에 넣습니다.
- 21~23절 — 감옥에서도 여호와께서 함께하셔서 간수장의 신임을 얻고 모든 일을 관리합니다.
단락별 해설
1절 — 이집트로 팔려 내려간 요셉
요셉의 낮아짐이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형들에게 팔린 요셉은 이제 이스마엘 사람들의 손을 거쳐 이집트 사람 보디발에게 넘겨집니다(1절). 보디발이라는 이름은 온, 곧 헬리오폴리스 지방신 태양에게 헌신된 자라는 뜻이며, 이 이름은 그의 거주지를 가나안에 인접한 삼각주 지역으로 특정해 줍니다.[JFB] 그가 맡은 "경호대장"의 원어는 해석이 갈리지만, 왕의 신변 경호와 처형을 담당하는 처형관의 우두머리로 보는 견해가 가장 근거 있게 여겨집니다.[JFB] 하나님이 악인들에게도 당분간 복을 주시는 것은, 그들을 온유하게 초청하여 회개케 하시려는 뜻이며 완고히 머물면 변명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칼빈] 요셉이 한 번에 명예로운 자리로 높여지지 않고 노예의 처지로 내려간 이 대목은, 성도가 고통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알아보는 법을 배워야 함을 가르칩니다.[칼빈]
2~6절 — 여호와께서 함께하시니 형통한 사람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셨으므로 그는 형통한 사람이 되었고, 자기 주인인 이집트 사람의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창세기 39장 2절)
형통의 근본 원인은 요셉의 재능이 아니라 여호와께서 함께하심입니다(2절).[공통] 처지가 바뀌었어도 요셉의 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형제들이 그의 채색옷은 벗겼으나 그의 도덕적 은혜는 벗기지 못했고, 그는 우상 숭배자의 집에서도 참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로 남았습니다.[JFB] 지혜와 은혜를 가진 자는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을 가진 셈이니, 요셉은 형제들로부터는 분리되었으나 하나님으로부터는 분리되지 않았습니다.[헨리] 성실함과 정직함은 출세의 가장 확실한 길이어서, 작은 일에 신실한 자가 많은 것을 맡게 됩니다(4절).[헨리] 보디발은 요셉을 총관리인으로 세우고 자기가 먹는 음식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는 모든 주인이 본받을 예가 아니라 요셉 같은 종을 가졌을 때에만 해당하는 일입니다(6절).[헨리] 주목할 것은 요셉이 받은 복 전체가 이집트인 보디발의 이익으로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요셉은 자기 수고로 부유해지지 않았으나, 주님은 이런 방식으로 악인들을 달래어 경건한 자에게 분노를 쏟지 않게 하십니다.[칼빈] 6절 후반은 요셉이 용모가 준수하고 잘생긴 사람이었음을 덧붙이는데, 이는 어머니 라헬을 닮은 아름다움이었습니다.[풀핏] 믿음의 사람은 형통의 자리에서 자기 재능이 아니라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읽어야 합니다.
7~9절 — 유혹 앞에서의 거절
"이 집에서 주인보다 더 큰 사람은 없으며, 주인은 당신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제게서 거두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은 주인의 아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이런 큰 악을 저질러 하나님께 죄를 짓겠습니까?" (창세기 39장 9절)
형통의 자리에 곧바로 시험이 찾아옵니다. 여주인의 죄는 눈에서 시작되었으니, 요셉의 준수한 외모가 그녀에게 덫이 되었습니다(7절).[헨리] 사탄은 환난과 냉대로는 요셉을 이길 수 없음을 알고, 부드럽고 매혹적인 쾌락으로 공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쾌락이 환난보다 더 많은 사람을 멸망시켜 왔기 때문입니다.[헨리] 요셉의 거절은 세 겹의 논거 위에 섭니다. 유혹받는 자신이 언약 백성이라는 것, 죄가 "이 큰 악"이라는 것, 그리고 그 죄를 짓는 대상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8~9절).[헨리] 요셉은 하나님을 향한 근거뿐 아니라 주인에 대한 감사와 의리도 함께 논거로 삼았으니, 더 큰 권한을 맡을수록 자신이 더 엄격히 묶여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칼빈]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죄를 지으리이까"라는 탄원은 그 자체로 충분한, 도덕적 순결의 참된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JFB] 성도는 유혹의 순간에 자기 신분과 죄의 무게와 죄의 대상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10~12절 — 날마다의 시험과 도망
"그 여자가 요셉의 옷을 붙잡으며 "나와 동침하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자기 옷을 그 여자의 손에 버려둔 채 밖으로 도망쳐 나갔습니다." (창세기 39장 12절)
한 번의 거절로 끝나지 않는 것이 시험입니다. 여인은 날마다 요셉에게 말했으나 요셉은 듣지 않았고, 그 곁에 눕지도 함께 있지도 않았습니다(10절). 이 굳건함은 성령의 비범한 능력의 증거이니, 요셉은 단 한 번이 아니라 끝까지 모든 시험의 승자로 섰습니다.[칼빈] 청년의 나이로 많은 날의 시험을 견딘 그는 거의 어떤 노인보다도 더 절제하였다고 할 만합니다.[칼빈] 요셉은 품성과 목숨 가운데 품성을 희생하지 않기로 택하여,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짓기보다 목숨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칼빈] 마침내 여인이 옷을 붙잡자 요셉은 그 옷을 버려두고 도망쳤습니다(12절). 유혹자를 물리적으로 피하는 이 결단은, 해를 피하려는 자는 해가 되는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혜를 보여 줍니다.[헨리] 믿음의 사람은 때로 논쟁이 아니라 도망으로 정결을 지켜야 합니다.
13~18절 — 억울한 무고
"요셉의 주인은 그를 붙잡아 감옥, 곧 왕의 죄수들이 갇히는 곳에 넣었습니다. 그리하여 요셉은 그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창세기 39장 20절)
거절당한 사랑은 이내 분노와 악의로 급변합니다. 여인의 이 돌변은 훗날 암논이 다말에게 보인 태도와 나란히 읽히는 모습입니다.[헨리] 여인이 남편을 "그"라고만 지칭한 것은 부부의 언약을 이미 잊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헨리] 그녀는 요셉의 겉옷을 위증의 도구로 삼는데, 겉옷이 요셉을 속이는 데 쓰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전에는 아버지가 채색옷으로 속았고, 이제는 주인이 이 옷으로 속습니다.[헨리] 여인은 요셉을 "히브리 사람"이라 부르며 종들의 반감을 자극하는데, 당시 이집트인에게 히브리인은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14절).[JFB] 흥미롭게도 대영박물관이 소장한 고대 이집트의 "두 형제 이야기" 파피루스에는 형의 아내가 동생을 유혹했다가 거절당하자 무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이 장의 정황과 매우 유사한 배경 자료로 소개되곤 합니다.[풀핏] 진실은 때로 거짓의 큰 목소리에 눌려 잠시 묻히는 법입니다.
19~20절 — 감옥에 갇힘
정직한 자가 억울하게 갇히는 자리에 이릅니다. 보디발은 아내의 말을 듣고 분노가 타올라 요셉을 감옥에 넣었습니다(19~20절). 이 대목의 해석은 갈립니다. 한편으로 보디발이 사안을 조사하지 않고 요셉을 즉시 처넣은 경솔함은 변명될 수 없으며, 남편들이 아내의 뜻에 성급히 이끌리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읽히기도 합니다.[칼빈] 하나님이 그 분노를 억제하지 않으셨다면 요셉을 죽였을 것이라고 보는 무거운 해석도 있습니다.[헨리] 다른 한편으로 요셉이 옥에서 곧 신임받는 자리로 승진한 것을 근거로, 보디발이 아내의 이야기를 온전히 믿지 않고 체면상으로만 요셉을 가두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시됩니다.[풀핏] 그가 갇힌 곳은 국사범들이 갇히는, 일반 감옥보다 감시가 엄격했을 특별한 감옥이었습니다.[JFB] 어느 쪽이든 요셉은 죄 없이 결박당하여 죄인들 가운데 계수되었으니, 훗날 죄인들 가운데 결박당하신 우리 주 예수님을 미리 비추는 자리에 선 셈입니다.[헨리]
21~23절 — 감옥에서도 함께하신 하나님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셨으므로, 간수장은 요셉의 손에 맡긴 것은 무엇도 살피지 않았습니다. 요셉이 하는 일은 여호와께서 형통하게 하셨습니다." (창세기 39장 23절)
가장 낮은 자리에서도 그 한 문장이 다시 울립니다. 감옥에서도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시며 간수장의 눈에 은혜를 입게 하셨습니다(21절). 요셉이 극한까지 내몰리도록 허용하신 것은, 마치 무덤에서처럼 그를 다시 데려오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태양의 빛이 가장 밝게 보이는 법입니다.[칼빈] 감옥 관리자의 자리에 오르고서도 요셉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석방의 때를 기다린 데서 그의 진실함이 다시 드러납니다.[칼빈] 요셉의 옥중 승진은 간수의 호의와 요셉 자신의 능력 둘 다에 힘입은 것이며, 선한 양심을 가진 자는 감옥에서도 선하신 하나님을 모십니다.[헨리] 이 억울한 감옥살이는 훗날 요셉이 바로 앞에 서게 될 날을 위한 섭리의 준비 과정이었습니다.[공통] 성도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자기 힘으로 벗어나기보다 그분의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연결된 말씀
- 마태복음 25장 — 작은 일에 신실한 자가 많은 것을 맡게 된다는 원리(4절)를 달란트 비유로 풀어 주는 말씀으로 함께 읽힙니다.
- 창세기 30장 — 하나님이 요셉 때문에 이방인 보디발의 집에 복 주신 일이, 야곱 때문에 라반의 집이 복을 받은 일과 나란히 지시됩니다(5절).
- 잠언 7장 — 부부의 언약을 저버린 음녀의 모습을 그려, 보디발의 아내의 행실(13~18절)을 비추어 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 시편 105편 — 요셉의 발이 착고로 상하고 몸이 쇠사슬에 매였다고 노래하여, 그의 투옥 초기의 실제 고초(20절)를 전하는 시입니다.
- 시편 69편 — 갇힌 자를 멸시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노래하여, 감옥에서도 함께하신 하나님(21~23절)의 위로를 밝혀 줍니다.
- 욥기 31장 — "내가 눈과 언약을 맺었다"는 고백으로, 눈에서 시작된 유혹(7절) 앞에서 지켜야 할 정결의 결심을 보여 줍니다.
마무리
창세기 39장의 중심은 형통의 자리에서나 감옥의 자리에서나 변함없이 요셉과 함께하신 하나님입니다. 요셉의 처지는 총관리인에서 죄수로 뒤집혔으나, "여호와께서 함께하셨다"는 고백은 두 자리에서 똑같이 울립니다. 여기서 경건한 자에게는 하나님의 유익을 믿음의 눈으로 분별하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함을 배웁니다.[칼빈] 형통은 요셉의 재능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에서 왔고, 그 임재는 감옥의 어둠 속에서도 거두어지지 않았습니다.[공통] 그러므로 성도는 두 가지를 붙들어야 합니다. 첫째, 유혹의 자리에서 자기 신분과 죄의 대상을 기억하여 정결을 지키는 것이 마땅합니다. 둘째, 억울한 고난의 자리에서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의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요셉의 인격을 이룬 분별력과 근면함과 경건함은 모두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한 데서 자란 열매였습니다.[풀핏]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